상대방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철학…

 

진 교수는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견이 많았고…”라는 질문에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웃음) 그걸 민주열사인 양 정권의 책임인 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 나잖아요”라고 답했다.

또 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 사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는 넘이 비리나 저지르고 자빠졌습니까?…검찰에서 더 캐물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넘들이 있다고 합니다…. 검찰에서는 청산가리를 준비해놓고, 원하는 넘은 얼마든지 셀프 서비스하라고 하세요…”라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joins, 2009.05.30 15:44입력, 「진중권 “‘자살세 걷자’ 발언 사과”」 기사 중 일부

1. 미디어 트레이닝 교과서에는 이것만은 꼭 지켜달라는 것들과 이것만은 꼭 하지 말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Do’s 와 Don’ts) Do’s에는 “기자가 아닌 청중을 생각하며 핵심메시지(Key message)에 머무르면서 선을 넘지 말라”는 지침이 있는데 진중권 교수의 2004년 인터뷰는 “자살하면 안 된다”라는 Key message위에 청중을 고려하지 않은 워낙 강한 어휘들이 난무하고 있어 해당 Key message는 묻혀버립니다. 결국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2. 의견이 대립되는 상태의 커뮤니케이션, 즉 토론에서 소위 막장토론이라고 이야기 하는 지점까지 치닫는 이유는 대부분 태도와 언행의 문제에 따른 논점 이탈 때문입니다. 역지사지 해 보고 그 말을, 그 글을 상대방이 본인에게 했을 때를 생각해 본 후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그런 글이나 말은 참는 것이 좋겠지요.

3. 과거에는 기업의, 개인의 신념이나 생각이 왔다 갔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현재는 대부분 히스토리들이 웹에 디지털 데이터로 남아있고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메시지에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선 원칙과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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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02년 유행했던 “인터넷에서 논쟁이 일어나는 과정”의 게시물을 인용합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출처 : http://philosophiren.tistory.com/36)

A: “어제 중국집 가서 짜장면 시켜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평범한 문제 제기)
B: “짜장면이 뭐가 맛있어요? 우동이 훨 맛있지”(평범한 반론)
C: “우동이요? 에이, 우동보다는 짜장면이죠. 돼지고기도 들어가고.”(재반론, A의 의견에 합류)
D: “짜장면에 돼지고기라면 우동에는 해물이죠. 맛을 안다면 역시 우동!” (재재반론, B의 의견에 합류. ~~을 안다면.. 이라는 말 나왔음)
A: “님, 그럼 우동 안 먹는 사람은 맛을 모른단 말인가요?”(말꼬리 잡기 시작)
B: “그만큼 우동이 낫다는 거죠. 에이, 짜장은 느끼해서..”(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깎아내림)
C: “님께서 짜장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군요. 제가 설명해 드리죠. (잘 모르시는군요.. 나왔음. 지식과 데이터, 증거, 등등 늘어놓기 시작)

<짜장면의 유래>

짜장면의 출생지는 인천이다.
1883년에 개항한 인천에는 곧 청국지계가 설정되고 청인이 거주하게 되었는데 1920년부터 항구를 통한 무역이 성행하면서 중국 무역상을 대상으로 한 중국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중국의 대중음식을 처음으로 접했던 우리 서민들은 신기한 맛과 싼 가격에 놀랐고, 청인들은 청요리가 인기를 끌자 부두 근로자들을 상대로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짜장면이다. 짜장면이 언제, 누구에 의해 처음 만들어 졌는지를 밝혀줄 만한 자료는 거의 없지만, 정식으로 자장면이란 이름으로 음식을 팔기 시작한 곳은 1905년 개업한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당시 화려했던 옛 건물의 자취만 남아있지만 일제 때부터 청요리로 크게 이름을 날렸던 고급 요릿집이었다. 이렇게 공화춘이 성업을 이루자 화교 유지들은 인근의 대불호텔을 사들여 북경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중화루’의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북경에서 건너온 周사부라고 불리던 일급 주방장이 있어 전통 북경요리를 맛보려고 서울을 비롯 각지의 미식가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1차 세계대전에 따른 호황으로 청관 거리에 동흥루가 연이어 문을 열면서 인천은 청요리의 본산으로 자리잡았다. 향토자장면을 만들어 낸 자금성의 손덕준씨는 그의 할아버지가 중화루의 마지막 요리사였을 만큼 대를 이은 솜씨가 가히 국보급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만든 자장면이 독특한 이유는 손수 만든 춘장에 있다. 그것을 1년간 숙성시킨 뒤 일반 시판용 춘장과 섞어서 그만의 춘장을 만드는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또한 일반 짜장소스는 재료를 거의 다지듯 토막내 면을 다 먹으면 소스가 남았지만 향토짜장면은 채를 썰기 때문에 젓가락질이 쉬어 그릇이 깨끗하다.

<우리가 몰랐던 짜장면의 차이>

옛날 짜장– 우리가 흔히 짜장면이라고 시키는 것. 양파, 양배추, 특히 감자를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물과 전분을 잔뜩 넣어 춘장의 맛을 연하게 만든 짜장면.
간짜장– 춘장에 물과 전분을 넣지 않고 그냥 기름에 볶기만 하면 간짜장이 된다. 옛날짜장보다 조금 더 기름지고 짜장과 면이 따로 나온다.
삼선짜장– 새우, 갑오징어, 해삼 등의 재료가 들어가는 고급 짜장면. 해물짜장이라고도 한다
유슬짜장– 채소와 각종 재료를 면발과 같이 길쭉길쭉하게 썰어넣어 소스를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알뜰 짜장. 납작한 접시에 나오는 것이 특징.  유모짜장– 중국집마다 유니, 유미짜장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짜장이 바로 유모짜장. 고기를 갈아넣은 짜장.

아시겠죠? 짜장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D: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만 토를 달자면, 손덕춘씨 아닌가요?”(옥의 티 찾기, 흠집내기)
A: “손덕춘씨 맞습니다. 그리고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본질을 아셔야죠.” (본질 얘기 나왔음, 깔보기 시작)
B: “님들 얘기 잘 들었습니다. 근데 말투가 좀 기분 나쁘군요.”(말투 물고 늘어짐)
C: “기분 나쁘다뇨? 시비 건 건 그쪽 아닌가요?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책임 전가. 상대 무시)
D: “시비? 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사사건건 가르치려구 들자나!”(반말 나왔음)
C: “어쭈? 어따 대고 반말이야? 너 몇 살이야?”(나이 얘기 나옴)
A: “C님, 참으셈, 잘 돼봤자 고딩이에요.”(동조. 중고딩 비하발언^^)
D: “고딩? 당신은 몇 살인데? 내 참, 군에 갔다와서 직장 다니다 별꼴을 다 보네 에이 18″(욕설 출현)
A: “18? 왜 욕을 하고 그래? 진짜 기분 JOT같이..”(더 심한 욕설출현)
B: “그쪽에서 욕 나오게 하자나! 택도 아닌 짜장면 같고 사람을 우습게 봐?”(책임 전가. 한번 더 깎아내림)
C: “택도 아닌 짜장면? 18 당신 좋아하는 우동보다는 100배 1000배 나아!”(욕설, 말꼬리잡기, 비교발언)
E: “님들, 싸우지 마셈, 둘 다 맛있는 음식이자나요”(말리는 사람 등장)
D: “님들도 아시겠지만 우동이 훨 낫잖아요? 근데 저 맛도 모르는 @#$% 들은…”(의견 동조 호소)

F: “난 짬뽕이 맛있던데…”(엉뚱한 논제 제기, 이런 사람 꼭 있음)
A: “F님, 지금 짜장면 우동 얘기 중이니 짬뽕은 끼어들지 마시길…”(말 막음)
C: “맞아요, 껴들 때 껴 들어야지, 주제도 모르고..”(그 사람마저 비하, 무시)
F: “뭐라고? 아…18 싸우지 마라고 좀 웃겨 볼라고 그랬더니, 짬뽕을 무시하는 거야?”(발끈)
E: “님들 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우세요!”(나가란 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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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우동 대신 다른 어떤 대상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최근 유명 블로거 두 분이 한 주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했던 포스팅 하나를 링크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며 비판한 사례를 블로고스피어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사례를 보시면 두 분에게서 온라인에서 논쟁 시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노씨의 믹시 위젯 조회수에 대한 비판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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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oughts on “상대방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철학…

  1. 이글 참 재밌습니다^^. 그선을 지 지키는것이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무척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말씀 쥔 부분이 문화가 되도록 다들 노력해야 겠어요~

    • 지키는 것이 무지 어렵습니다. 본인의 철학이 확고하고 연습, 연습 하지 않는 한 언제 튈지 모르는 것이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 진중권씨도 자살세 발언이 논란이 되고 나서 진보신당도 탈당하고 칼을 간다는 글 하나 남기고서 칩거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설마 그런 발언을 했었나, 할 정도로 실망스럽더군요. 자신의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향해 돌아오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요. 더욱이 진중권씨 같은 말로 사는 사람들에겐..

    다시 한번 말조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글쓰는 방법과 논리를 펼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두어권 사서 더 읽어봐야겠어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덧) 마지막 링크는 부끄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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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실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해 Key Message를 놓치는 경우는 즐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것보다 말 꼬리 잡아서 논점을 흐리는 행위가 더 나쁜것 같아요… 핵심을 벗어난 이야기만 하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전략이랄까…

    • 좀 비열한 전략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논쟁이 발생하면 대부분 논점보다 말투 등의 태도 문제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 아내와 다툴 때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서 (선풍기 바람이 쎄니 약하니…^^;)) 결국 넌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식으로 결론이 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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