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비하인드 코멘터리] 캄 다운(calm down)과 무대응

 

“밤늦게 미안해요. 변호사님 소개받고 문자드립니다. 오늘 OOO 기사 보셨지요? 전화드려도 될까요?”

위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일반적인 근무시간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는 24시간 365일 진행됩니다. 그래서 밤에 전화벨이 울리는 이유도 허다합니다.

“언론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저 기사 바로 내릴 수는 없나요?”
“지금 바로 고소가 가능합니까?”
“입장문을 발표하고 싶은데 이 밤에 기자들이 제 의견을 써 줄 수 있을까요?”
“커뮤니티 글은 저거 명예훼손 아닌가요?”
“왜 전부 안 된다고만 하세요!”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하면 거의 모두 패닉에 빠집니다. 특히 시스템과 역량이 부족한 기업이거나 라이징 스타급 유명인인 경우 모두 비슷한 초기 현상을 보입니다. 이 경우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초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들어 주는 것과 캄 다운(Calm Down) 밖에 없습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일종의 해결사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해결사는 사기꾼이지 컨설턴트가 아닙니다. 

댓글 하나하나, 기사의 표현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매몰되면 이슈의 흐름과 큰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100% 루머나 거짓이 아닌 이상 단박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일희일비보다 올바른 상황 판단을 위해 올바른 정신 상태를 유지하셔야 합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실기하지 않습니다. 흥분하고 격정적으로만 상황을 보게 되면 지엽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사고가 좁혀지고 결국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주변 지인들에 둘러싸인 채 잘못된 판단을 하고 이슈는 더 커집니다.

우리가, 내가 이것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잃을 수 있는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이 상황에 개입할 것인가 무대응 할 것인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지 감정이 억울함이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해서 변호사님이나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조력이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해당 이슈에 대한 사실관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해서 가능하면 문서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만 빠르게 진행되면 초기 전략 수립은 상당히 시간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해외 경제심리학 저널에 실린 적이 있다고 하는 축구 페널티킥 장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페널티킥의 슈팅 방향은 왼쪽(골키퍼 기준) 92번(32.1%), 가운데 82번(28.7%), 오른쪽 112번(39.2%)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골피커가 골을 맏기 위해 움직인 방향은 왼쪽이 141차례(49.3%), 오른쪽이 127차례(44.4%)로 골키퍼의 90% 이상이 좌우로 움직였습니다. 자료를 보면 골키퍼들이 왼쪽으로 움직인 141차례 중 방어에 성공한 건 20번으로 방어율이 14.2%, 127차례 몸을 날린 오른쪽에서는 16번밖에 막지 못해 방어율이 12.6%에 그칩니다. 그런데 가운데 가만히 서 있었던 18번 중에서는 6번을 막아 가장 높은 33.3%의 방어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위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최근 축구 경기의 페널티킥은 골피커들의 역량이 뛰어나 골의 방향을 단순 예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찰나에 방향을 보며 움직인다고도 합니다. 핵심은 사람의 감정과 심리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결과에 대한 불안감’, 이것이 결과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의 초기 전략은 철저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준비하되 성급히 움직이지 말자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 위기관리 비하인드 코멘터리는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실제 위기관리 현장의 스토리와 인사이트를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단, 위기관리 특성상 민감한 사실관계와 기업 및 개인의 신상정보는 공개할 수 없기에 이슈의 전후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으로 각색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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