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생 와인라이프 7]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고 했잖어?

 

소비자 : 여보세요~  저기…집 다락방 정리를 하다가 1990년산 마주앙 1박스를 찾았습니다. 먹어도 되지요?
송선생 : 아!…선생님 그거 드시면 안됩니다.

소비자 : 왜 안되나요?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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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대한 의문점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십년도 더 된, 오래된 마주앙을 소장하시고 계신 분들이 간혹 있는데 그럴 경우 제 권한(?)으로 새로운 마주앙 한 박스를 선물로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한 제품을 몇 십년동안 애지중지 해오셨을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마운 고객들인지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와인은 오래 둘 수록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잘못된 상식입니다.  다시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와인이 있다. 혹은 오랜 숙성이 필요한 와인이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전 세계에 출시되는 와인 중 약 80% 이상의 와인은 구입 즉시 바로 드시는 와인입니다. 오랜 숙성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와인은 오래될 수록 산화되어 종국엔 식초와 같은 매우 신맛을 내게 됩니다.
(그런 와인을 먹는다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불쾌할 따름이지요.)

아마 오래된 와인들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브랜드의 명성과 희귀성에 기인하는 것이며 그 맛은 먹어보기 전엔 며느리도 모를 만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해외 토픽 등의 꼭지로 많이 접하는 “몇 년산 와인이 몇 억이더라, 몇 억에 경매에 올랐더라”라는 등의 이야기는 오래된 와인의 맛  때문에 비싼 것 보다 그 희귀성 때문입니다. 그 와인을 10억에 샀다고 해도 그 와인의 10억 가치는 오픈 하는 순간 날라갑니다.

그런 와인의 가치는 맛이 봉인되어 있는 본래의 상태, 다시 말하면 와인의 본디 봉인을 풀어 세월의 향과 맛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순기능을 하지 못한 채 전시용으로 업종변경을 해야 그 가치를 하는 것입니다. 몇 년 뒤 숙성된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인내로 참아왔던 세월이 기약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썩어가고 있는 줄 모른채… 
소인의 생각에는 그런 와인은 와인이 아닌 것이죠. 고가의 전시품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와인 맛은 대부분 식초처럼 산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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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anafredda Barolo 1899 라벨만…

물론 일부 고가의 와인인 경우 좀더 오래 보관한 후 먹으면 좋은 와인들이 있는데, 프랑스나 이태리 고급 와인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 중 좋은 빈티지(포도 작황이 좋은 생산년도)의 와인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 이때는 최적의 보관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그리고 “오래 보관”이라는 단어로 설명한 것은 여러분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 쓴 것이며 사실 “숙성 기간이 더 필요한” 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긴 합니다.)

고가 와인들 중 일부는 와인메이커가 계속 숙성이 진행되도록 찌꺼기를 일부로 넣어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가 와인을 먹다 보면 찌꺼지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디켄팅이 필요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지요.
(와인의 찌꺼지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많은데 다음에 또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그럼 내가 구입한 와인을 도대체 언제까지 보관하여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많이 생깁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가격과 매칭시키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 와인 가격에는 와인의 품질이 어느 정도 보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만원 와인은 1년 이내, 2만원 와인은 2년 이내, 3만원 와인은 3년 이내 드시는 것이 가장 좋으며, 5만원 이상의 와인은 5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고, 1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평균적인 수치로 쉽게 풀어 드린 것으로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 와인 생산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면 대다수 와인의 aging potential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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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비스 가든 PARTY AND WINE 에 진열되어 있는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샤또 라뚜르…
이 외에 ROMANEE-CONTI(로마네 꽁띠), PETRVS(페트뤼스) 등이 1900년대 초반 빈티지 부터 진열되어 있습니다.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촬영 전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와인마케팅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단상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가끔 긁적여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 습자지같은 지식과 미천한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와인에 대해 쉽게 이해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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