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생 와인라이프 2] 이게 품종이야 이름이야? #2

 

가끔 와인애호가들 중에 품종과 브랜드, 등급 등을 혼동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 와인 애호가라고 하신 분들을 모아 놓고 시장조사 차원에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아래는 그 때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일부이다.

질문자 : “가장 좋아하는 와인 브랜드가 뭔가요?”
남자 A : 아~ 저는 칠레 와인을 아주 좋아합니다. 유명한 카르멘이나 몬테스를 즐겨하지요.
남자 B : 전 미국와인이 맞는 것 같아요. 로버트 몬다비를 아주 좋아합니다.
여자 A : 전 뭐니뭐니해도 모엣샹동이죠.
여자 B : 음…어느 국가 브랜디 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footnote]레드 와인의 왕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포도품종으로 가장 인기가 있고, 전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예전엔 주로 보르도 메독 지역에서 재배되었으나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장점 중의 하나가 다양한 기후와 토양 에 적응을 잘 하는 것인데, 이런 장점으로 더욱 더 인기있는 품종이 되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질병과 냉해에 저항력이 강하다. 또한 자체적으로 숙성 능력도 뛰어나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두꺼운 껍질, 작은 포도알, 높은 탄닌 성분을 가지고 있다. 탄닌 성분이 많아 쓴 맛이 강하기 때문에 항상 부드러운 멜로이나 까베르네 프랑과 함께 블렌딩을 한다. 미디엄/풀바디이며, 구조가 견고하고, mouth-drying finish를 가지고 있다.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품종으로 초코렛, 블랙체리, 계피, 그린벨 페퍼, 민트, 아스파라거스, 삼나무, 유칼리나무, 커피, 담배, 타르의 향 등 수많은 향을 가지고 있다. 멜로, 시라, 삐노 누아와 함께 레드 와인을 만드는 4대 품종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화이트 와인의 5대 품종은 샤도네이, 세닌 블랑, 리즐링, 쇼비뇽 블랑, 세미용이다.) [/footnote]카버네소비뇽 브랜드를 아주 즐겨해요!~

이 문제의 여성 B는 질문에 참가한 분들 중 가장 세련된 분위기를 발산하시며 등장하셔서 처음부터 이목을 끌다가  위 사건 이후에도 본인의 해박한 와인 지식을 뽐내기 위해 참가한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하셨으나 별 다르게 제지(?)할 방법이 없어 모두 그냥 경청하였다. 이후 분명 어디선가 새로운 교육(?)을 받으셨으리라…

송선생이 생각하는 와인 이름의 법칙이 몇 가지 있다.

<와인 이름의 법칙>
1. 지역 명칭 사용
 기본적으로 오래된 와인생산국가인(흔히 구세계라고 부른다.) 유럽국가들 즉,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은 지역 명칭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여 생산한다. 즉 와인의 이름은 생산된 곳의 지명을 따서 정해진다. 잘 알려진 것들 가운데에는 물론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 투스카니(Piedmont & Tuscany), 독일의 모젤(Mosel), 스페인의 리오하(Rioja) 등이 있다.

2. [footnote]성(castle), 큰 저택의 의미이나 와인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원을 이야기 한다. [/footnote]샤또(Chateau) 명칭 사용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샤또에서 생산된 경우 해당 샤또 이름이 와인 이름이 된다. 메독(Medoc)지방에 1등급~5등급 분류에 따른 유명 와인들이 있으며 해당 지역에 등급이 없더라도 각 지방별로 유명한 샤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샤또 페트루스(Chateau Petrus)의 경우 보르도 뽀므롤 지방의 공식적인 와인 등급이 없어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3. 브랜드 + 포도 품종 사용
 미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모든 신세계(아메리카대륙, 서반구) 와인생산자들은 주로 이 방식의 와인 이름을 사용한다.

4. 브랜드 + 포도 품종 + 등급 사용
 스페인, 스페인 지배를 받았던 남미, 미국 호주 등 신계계 와인 생산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등급이 없는 classic 타입과 숙성 정도에 따라 리저브(Riserve), 그란 리저브(Gran Riserve) 등이 붙는다. (이 경우 와인 이름이 길어진다. 처음 와인 세계에 들어와서 “조닌 카스텔로 달볼라 키안티 클라시코 리세르바” 라는 와인 이름을 접하곤 숨이 막혔던 경험이 있다.)

5. 지역 명칭이 상업적 브랜드화 된 경우
 포르투갈에서 온 포트(Port), 스페인에서 온 셰리(Sherry), 프랑스에서 온 샴페인, 보졸레, 버건디, 샤블리, 쏘테른(Champagne, Beaujolais, Burgundy, Chablis, Sauternes)등의 이름들은 지역명칭이 상업적 가치가 높아서 와인 브랜드 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프랑스 와인을 중심으로 지역 명칭이 와인 이름인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마케팅 활동이 어려워 요즘에는 미국이나 칠레 와인처럼 브랜드화 하는 작업들이 한창이다.
또한 요즘 리저브라는 숙성 등급은 생산지에서 타이트하게 관리되지 않고 해당 브랜드의 classic 라인 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리저브”라는 등급을 너무 남발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등급을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 한번 더 언급하겠지만 우리나라 분들 최고급 등급 아니면 와인 취급도 않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 리저브가 남발하는 현상이 이와 무관치 않다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프랑스 와인의 거의 대부분이 등급상 최고급인 A.O.C이다. 일단 A.O.C 아니면 관심도 없다. (그래서 대형 마트 바이어들도 가격이 저렴한 A.O.C급 와인을 아주 좋아 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샤또(Chateau)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와인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경향 때문에 명절 선물 시즌이 되면 많은 수입 회사들이 일단 이름만 샤또(Chateau)이고 등급만 A.O.C이지 명성이나 품질이 뛰어나지 않는 와인을 수입해서 고가로 판매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이럴 경우가 어줍잖게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알고도 당한다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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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문화가 어느 정도의 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는 자리가 없진 않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그 지식으로 사람을 평가해선 안되고 할 수도 없다.
혹시 와인 지식이 본인의 교양이나 높은 생활 수준을 나타낸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만약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휠씬 좋다.

도처에 숨어있는 알짜배기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오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bernet Sau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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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마케팅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단상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가끔 긁적여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 습자지같은 지식과 미천한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장담 못합니다만 와인에 대해 쉽게 이해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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