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블로그, 위기에 강력하게 맞설 것인가? vs. 위기는 외면하고 자신의 목소리만 낼 것인가?

 

충남 태안 청포대해수욕장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등 공무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 이슈와 천안암 침몰 사고 이슈에 대응하는 농림식품수산부 블로그와 국방부 블로그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국방부 블로그는 한국블로그산업협회(KBBA)와 한국언론재단이 선정한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공공부문’ 1위,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는 4위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충남 태안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교통사고 관련 이슈>

1. 2010년 3월 27일 MBC 9시 뉴스 : 승합차 암벽충돌‥공무원 8명 사망


URL :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595761_5780.html


2. 2010년 3월 27일, 농림수산식품부 공식 입장 (블로그를 통해 밝혔으나 현재는 삭제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부 네티즌들께서 운전자의 음주를 의심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현지에 함께 있었던 일행에 따르면 운전자 문선호 계장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아 이날도 전혀 술잔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매우 짧았고, 앞의 바위를 미처 인식하지 못한채 부딪친 것입니다.

음주 운전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인들의 이번 현장방문은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쪼개 주말을 이용해 현장을 방문한 것입니다.

농어촌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 고인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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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네티즌의 근거없는 악성댓글들이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당하신 분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지방 현장방문을 가신 분들입니다.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식비지출 문제 등은 모두 농식품부에서 결제했으며, 차량을 운전한 문선호 님은 평소에도 술을 드시지 않을 뿐더러, 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역시 한잔의 술도 드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음주 의혹 부분은 국과수의 결과가 나오면 음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명백해 질 것입니다.

주말 일정을 포함해 공무상 현장방문에 나섰다가 순직한 공무원들의 명예를 존중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 자유의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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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0년 3월 29일 17:11 연합뉴스, 태안해경 “태안 백사장 참사 운전자 음주”
(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지난 26일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7명 등 공무원 8명이 사망한 충남 태안군 남면 청포대해수욕장내 교통사고와 관련, 운전자 문모(46)씨가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태안해양경찰서는 29일 운전자 문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4%로 나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0-03-29 17:11, 태안해경 “태안 백사장 참사 운전자 음주” 기사 중 일부]

5. 2010년 3월 29일 21:58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사과문 게재사용자 삽입 이미지URL : http://blog.daum.net/maf2006/13429509
 

<천안암 침몰 관련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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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직원 사망사고에 대한 조의를 표하며 관련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모두 흑백 톤으로 다운 시키고 사고 초기 일부 음주 운전 논란에 대해 아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해명을 진행했었습니다. 직원들의 사망사고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에 대해 해명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해명한 내용과 사실이 달라진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문제를 제기한 글에만 하나하나 커뮤니케이션 하던 담당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운전자는 평소 술을 먹지 않으며 그날도 먹지 않았다.”명예를 훼손하지 마라”며 아주 강력하고 공격적인 어조로 위기에 강력히 맞서던 블로그도 음주 운전 사실이 밝혀진 다음 해당 글을 바로 삭제하였습니다. 그 후에 형식적이고 짧은 사과문을 블로그를 통해 발표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상황 판단을 평시보다 더욱 확실히 진행해야 합니다. 위기 시에는 모든 것을 검증 검증 검증해야 하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도 건너지 않을 만큼 완벽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평소에 유통되던 정보도 100% 사실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공식적으로 자신있게 공표하지 말아야 합니다. 100% 사실인 내용만 공표하는 것이 차후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초 위기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상황이 변한 지금에도 처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인게이지 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사고 원인이 음주운전이라고 밝혀진 지금에서는 이전에 그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후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과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여집니다. 오프라인에서 마주 보며 열심히 대화하다가 갑자기 짧은 사과 후 사라져 버린 것과 별반 다름 없는 행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국방부 블로그의 경우는 천안호 침몰 이후 계속 해당 위기 이슈와는 상관 없이 기존에 국방부 블로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컨셉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과 국민의 감정에 부담스러운 컨텐츠라 생각되며 이런 상황에 부합하는 커뮤니케이션인지 의문이 듭니다.

블로그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 툴이며 프로세스 입니다.
그에 대한 이해와 철학 없이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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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정부 블로그, 위기에 강력하게 맞설 것인가? vs. 위기는 외면하고 자신의 목소리만 낼 것인가?

  1. 위기시에는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터가 항상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나 소셜미디어에서의 침묵은 ‘동의하지 않음’ 또는 ‘불만이 있음’ “무언가 죄의식을 느끼고 있음’으로 해석된다. – 언제든 절대 숨지 말라는 것이다.

    국방부의 사례에서는 블로그이 컨셉이 더 중요한가 국민과의 소통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위기를 관리할 수 없거나, 관리하기 싫은 블로그는 정책 마케팅도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아닐까?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Thanks.

  2.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위기관리 메뉴얼을 짜고 Media Training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PR주들은 쉽게 받아들이나요?

    위기관리는 일종의 보험상품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보험의 필요성을 알지만 선듯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게다가 해약까지 하죠 +_+

    위기관리를 비지니스 하시는 입장에서 이 하나의 service가 market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합니다.

    • 장민철님 반갑습니다. 🙂

      죄송하지만 첫번째 말씀하신 문장의 요지를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다만 메뉴얼보다 Training을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견 보험과 유사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보험은 보상을 받지만 위기 관리는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위기 관리는 보험처럼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PR, CS 활동의 일부라고(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피해를 당한 후 보험에 드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부분은 좀 유사할 듯 합니다. 🙂 위기 관리도 아직 위기를 경험해 본 기업들이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위기 관리 차원에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기업을 분류하면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할” 조직이 있습니다. 위기 관리의 이해하고 적극적인 국내 기업들은 아직 많지 않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혹은 생각하시는 만큼 많이 어렵습니다. 서비스를 하는 저희나 받는 기업이나 말이죠.

      원하시는 글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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