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의 꿈…

 

옛날에 동해에 사는 멸치가 생일 잔치를 벌였습니다. 멸치는 동해에서 소문난 부자였습니다. 그래서 잔치 상을 크게 차리고 바다에서 소문난 온갖 물고기, 물짐승들을 불렀답니다. 멋쟁이로 소문난 병어, 춤으로 소문난 꼴뚜기, 낙동강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메기, 말 잘한다는 서해에 사는 망둥이, 수염이 긴 새우, 바다에서 제일 오래 산 거북이, 덩치 큰 고래, 재주 많은 물개…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때, 멸치가 손님들에게 오늘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망둥이가 무슨 꿈인지 이야기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자기가 꿈 풀이를 해 주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멸치는 꿈 이야기를 자세히 하게 되었답니다.

“갑자기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남의 걸음에 실려가더니 하얀 눈이 뿌려지더군요. 갑자기 추운가 하면 덥기도 했어요. 참으로 변화무쌍하더란 말입니다. 깨어 보니 새벽녘인데 꿈이 하도 뒤숭숭해서 잠이 안 오더라구요. 개꿈인가요?”

주인이 이야기를 하니 모두 조용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꿈인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꿈 풀이를 해 주겠다고 나선 망둥이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꿈 풀이를 어떻게 하는가 모두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멸치의 꿈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긴 망둥이가 문득 모든 눈길이 자기에게 쏠린 것을 깨닫고 으쓱해서는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건 굉장한 꿈입니다. 멸치님은 곧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를 것입니다.”
모두 깜짝 놀라서 망둥이를 쳐다보았습니다. 멸치가 용이 되다니요? 모든 물고기, 물짐승들의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처음에 하늘로 오르니 용이 되는 꿈이지요. 또 땅 위로 떨어지니 그것은 용이 비를 내리기 위해 물을 퍼 올리려 내려오는 것이지요. 남의 걸음에 실려 다닌다 하니 용이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말이고, 흰 눈은 용이 내리는 비가 겨울에는 눈으로 내린다는 얘기고, 춥다가 덥다가 하는 것은 용이 되어 일 년 네 계절을 바꾸는 일을 한다는 뜻이니 이 게 멸치가 용이 된다는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망둥이 꿈 풀이에 모든 손님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모두 멸치에게 축하를 하고, 멸치는 금방 용이 될 것처럼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답니다. 멸치는 일꾼인 가자미에게 온갖 음식을 더 내오라고 큰소리치며 좋아했습니다. 맛있는 바다 음식, 땅 음식, 하늘 음식….. 온갖 음식과 술이 잔치 상에 올라왔습니다. 참석한 손님들이 모두 멸치에게 축하를 보내며 흥겨워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망둥이의 꿈 풀이를 다 들은 일꾼 가자미가 음식을 나르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자칫하면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에 가자미가 멸치에게 말했습니다.

“주인 마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 꿈은 나쁜 꿈입니다. 마님이 오늘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멸치가 버럭 화를 내었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서해에서 소문난 학자인 망둥이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냐?”

잔치 자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모두 주인 멸치와 일꾼 가자미를 지켜 보았습니다. 손님들 눈길이 자기들에게 쏠린 것을 느낀 멸치가 순간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인이 일꾼에게 계속 화를 내면, 곧 용이 될 자기가 덕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멸치는 이내 얼굴을 부드럽게 하면서 점잖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어디 네 의견을 말해 봐라.”
“그 꿈은 주인 마님이 낚시에 걸려 돌아가실지도 모를 꿈입니다. 갑자기 하늘에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모습은 낚시에 걸려 물 위로 올라갔다 땅에 떨어지는 것이지요. 어부가 주인 마님을 다래끼에 넣고 갈 테니 남의 걸음에 실려 가는 것이고, 구워 먹으려고 소금을 뿌리니 하얀 눈처럼 보인 것이고, 고기를 굽자면 숯불을 부채로 부쳐야 하니 부채 바람이 일면 춥고 부채 바람이 자면 덥지 않겠어요? 그러니 용이 된다고 좋아하시다가 자칫하면 사람들 낚시에 걸려 돌아가실 수 있으니 오늘 행동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가자미 말을 듣고는 모두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망둥이와 가자미의 꿈 풀이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자미 말을 들어 보니 그게 더 맞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멸치가 용이 됐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좋다가 말았지 뭡니까? 이런 잔치판 분위기를 느낀 멸치는 벌컥 화가 치솟았습니다.

“이런,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가자미가, 용꿈을 개꿈으로 만들다니!”
멸치는 화가 나서 소리치며, 가자미를 깔고 앉아 왼쪽 따귀를 후려쳤습니다. 그 때 멸치가 어찌나 세게 후려쳤던지 아, 글쎄 두 눈이 오른쪽 편으로 몰려 버렸답니다. 또 멸치한테 깔려 몸이 한 편으로 납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가자미가 어린 고기일 때는 보통 물고기 모양과 같다가 커지면서 나뭇잎 모양으로 되고, 지금도 오른쪽으로 두 눈이 몰려 있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가자미가 나뭇잎처럼 되면서 두 눈이 한쪽으로 몰려 붙는 것을 보고 놀란 꼴뚜기가 얼른 두 눈을 뽑아 꽁무니에 차더랍니다. 두 눈을 꽁무니에 숨기는 꼴뚜기를 본 메기는 어처구니가 없어 크게 웃다가 입이 귀 뒤까지 쭉 찢어졌답니다. 이런 메기를 본 병어는 얼른 자기 입을 꼭 움켜쥐고 대굴대굴 구르며 웃다가, 납작하고 둥그스름한 몸에 오므려 쥔 작은 입이 되었다고 전해옵니다.
출처 : 다음카페 〈동화 마을〉

멸치의 꿈

아내와 딸아이가 국어 공부하는 것을 곁눈질하다 알게 된 이야기 입니다. (찾아 보니 여러 버전이 있긴 하네요.)

일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분별력 없는 군주 아래 기회주의적인 인간들과 힘없고 우매한 민중들…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 분별력 없는 오너 및 관리자 아래 기회주의적 직원들과 비웃거나 자기 살기 바쁜 직원들…

여러분은, 우리는 2010년, 망둥이 같은 사람이 되시렵니까? 아님 가자미 같은 사람이 되시렵니까?…
원래 멸치이신가요?, 아님 꼴뚜기였던가요? 메기였던가요?…

자신을 잠시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명사들의 한마디 뿐만은 아닌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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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멸치의 꿈…

  1. 요즘 동화 수준이 상당하네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니ㅋ 그나저나 뒷 이야기가 궁금한데요ㅋ 멸치가 그날 잡혀갔나요?ㅋ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 뒷 이야기는 없습니다. 🙂 어느 말이 맞을 지는 모르는 일이지요…새해 ë³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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