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식품, 먹거리 위기 이슈 발생 시 진행되는 시음, 시식회 퍼포먼스의 명암

 

근래 위기 관리 분야에서 대중의 공포감을 기반으로 한 공분을 많이 일으키고 있는 분야는 단연 식품분야의 방사능, 중금속 검출 이슈입니다. 이런 이슈의 대부분은 나 개인과 우리 가족, 우리 지역,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 대중들이 즉각적인 반응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지속되고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생각될 무렵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정치인들의 ‘시식회’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7월 3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산 복숭아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총리 관저에서 단독 시식회를 가졌던 사례가 있습니다. 우선 아래 일본 아사히 신문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아베신조_후쿠시마복숭아시식회_아사이신문_20130808-181812

출처 : http://www.asahi.com/special/news/articles/TKY201307310433.html

아시히 신문의 기사 내용을 보면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를 PR하는 Miss Peach가 사토 지사와 함께 수상 관저에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복숭아를 전달했고 아베 총리는 “현재 농가에서 여러 풍문들에 대한 피해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도 응원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최근 사례로 위 사례를 소개해 드렸지만 사실 이런 형태의 퍼포먼스는 비단 일본만의 이벤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및 아시아 국가에서 종종 목격되는 모습들입니다.

낚지시식회

출처 : http://www.hwasuntoday.com/sub_read.html?uid=6427

오이시식회

출처 :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79726

2010년에는 전 서울시 시장인 오세훈 시장의 이른바 “낙지 머리 카드뮴 잔류” 발언으로 낙지를 잡는 어민들과 낙지 판매 상인들, 그리고 국민과의 불신과 갈등을 빗고 있는 낙지머리와 내장에 카드뮴 잔류 파문을 잠식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출입기자들과 함께 ‘낙지요리시식회’를 개최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2011년 ‘한-일-중 정상회의’때는 무려 세개 나라의 정상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전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가 후쿠시마현 당국이 원전 피해로부터 이 지역 채소가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오이 시식회가 정말 글로벌(?)하게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낙지시식회

출처 :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id=201010200000000000009896&ServiceDate=20101020

방사능물시음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10325/35876365/1

위 이미지는 2010년, 낙지 내장에서 중금속이 검출돼 논란이 있는 가운데 서울 성동구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산낙지 시식회에서 구청 직원들을 내세워 낙지를 통째로 먹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장면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이 도쿄 도심의 수돗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자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수돗물을 시음하는 장면인데 안타깝게도 이런 시식회, 시음회 퍼포먼스들 중 단연 최악의 퍼포먼스로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 다 보기에 정말 거북하거나 민망한 모습들이죠.

많은 위기들은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위기 발생시 애초에 상대에 대한 신뢰가 없었더라도 이해관계자와 대중은 과거의 신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배신감’을 표출합니다. 이런 과정속에서 대부분의 개인, 기업, 조직, 국가는 해당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치인들은 퍼포먼스에 강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위기도 하나의 이벤트로 풀어나가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또한 우리가 이때 뭔가라고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습니다. 모순적(?)이지만 기업인들보다 정치인들이 대중들의 변화를 읽는 감이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면서 대중들은 학습 효과를 통해 이미 일회성 이벤트임을 직감하고 있어 오히려 퍼포먼스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과 SNS의 발달로 인해 십중팔구 냉소와 조롱, 풍자의 소스로 활용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들이 여러 가지 위기 관리 활동 중에 하나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겠습니다.”라는 행위를 통해 나를 논리적인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대중의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신뢰를 획득해 보겠다는 행위이겠죠. 즉, 자신감과 희생정신을 함께 담아서 신뢰를 배가시키려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위기 관리에서 중요한 건 이벤트가 정확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는 아니다는 것입니다. 일회성 아이디어가 위기 관리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일회성 퍼포먼스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대중들을 설득시키기 보다 무관심과 중립 성향에 대중들의 첫번째 판단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만들어나 불편하게 만들 소지가 훨씬 많습니다.

특정 지역산 식품에 대한 공포를 기반으로 한 위기들은 사실상 즉각적으로 신체의 위험 증상을 보여주지 않고 장기간 그 위험 요소가 지속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신뢰를 회복하기란 정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작업은 어쩌면 애초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와 이벤트보다 무관심과 관망, 중립의 포지션에 있는 대중들에게 현 상황이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기본적으로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럴싸한 퍼포먼스와 이벤트만 진행되는 위기 관리 활동은 항상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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