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에서 김두한까지… 대한민국史 01 – 한홍구 저

 

2008년 여름!
침체되어 있는 대한민국 도서시장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등장합니다.
이름하여 “2008년 국빵부 선정 볼온서적 23選


[#M_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보기 클릭!|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접기 클릭!|  <국방부가 뽑은 ‘나쁜 책(불온서적)’ 스물세 가지>
1. 북한의 미사일 전략 : 전영호 씀 / 615, 2006 (품절)
2. 북한의 우리식 문화 : 주강현 씀 / 당대, 2000
3. 지상에 숟가락 하나 : 현기영 씀 / 실천문학사, 1999
4.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허영철 씀 / 보리, 2006
5.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박준성,안건모,이임하,정태인,하종강,홍세화 씀 / 철수와영희, 2007
6.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 전영호 씀 / 615, 2006 (품절)
7.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 전상봉 씀 / 시대의창, 2007
8. 벗 : 백남룡 씀 / 살림터, 1992
9.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 노암 촘스키 씀 / 한울, 1999(2007년판 판매되고 있음)
10. 대학시절 : (누가 쓴 <대학시절>인지 알 수 없음)
11. 핵과 한반도 : 최안욱 씀 / 615, 2006
12. 미군 범죄와 한미SOFA :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엮음 / 두리미디어, 2002 (절판)
13. 소금꽃나무 : 김진숙 씀 / 후마니타스, 2007
14. 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씀 / 창비, 2004
15.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 노암 촘스키 씀 / 이후, 2000 (절판)
16. 우리 역사 이야기 : 조성오 씀 / 돌베개, 1993
17.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씀 / 부키, 2007
18. 김남주 평전 : 강대석 씀 / 한얼미디어, 2003
19. 21세기 철학 이야기 : 21세기코리아연구소 엮음 / 코리아미디어, 2004 (품절)
20. 대한민국史 : 한홍구 씀 / 한겨레출판, 2003
21. 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 씀 / 녹색평론사, 1996
22. 세계화의 덫 : 하랄드 슈만, 한스 피터 마르틴 씀 / 영림카디널, 1997
23.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프레시안 엮음 / 프레시안북,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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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 서적 공개 이후 선정된 책들 중 왠만해선 잘 나가지도 않는 서적들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현상과 함께 일부 서적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진실로 몇몇 저자들은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는 침체된 도서 시장을 살려 지적 전투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국방부의 자구책임이 명백하였으므로 한 발 후퇴하기도 하였고,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본인의 책이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국방부 측에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항의하기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도 발생하였습니다.

이보다 더욱 불온, 불손한 서적들이 많은데 이런 판촉(?)행사에 들러리로 구경만 한다는 것은, 그래도 ‘불온’으로 따지면 당대에 이름 값 좀 한다는 선수들의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을 터.
하여간 이번 23選에 들지 못한 책들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BIG issue를 놓쳐버려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한편 이번 불온서적 선정에 자랑스럽게 2권의 책이 선정된 영광을 안은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는 국방부를 ‘자유 민주주의 방해부’로 바꿔야 한다며 “생각과 표현 통제는 불행한 일”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었죠.



이 서적들의 면면을 보니 그래도 전 책 좀 읽는다고 나름 생각했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한 권… 단 한 권도 없었습니다. 고로 전 불온 서적 등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즉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 이였음을 어줍잖게 인증 받은 셈입니다.
’아~ 이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나? 시나브로 내가 변해왔나? ‘
’태어나면서부터 학창시절까지 부산에 살면서 친구들에게까지 빨갱이란 소리 지겹게 들어가며 살아왔던 나 아닌가?’
……

이번 계기로 인해 질 높은 여러 사상과 다양한 견해들을 습득할 수 있게 해준 국빵부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리며, 지금까지 읽어 왔던 불온 서적 시리즈를 하나씩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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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史 01
[footnote]1959년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걸어 다니는 한국 현대사’라 불리는 저자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일명 ‘김일성 전문가’이다. 그는 꿈꾸는 권리조차 박탈당했던 한국 현대사의 금기들을 통쾌하게 고발해온 논객으로 유명하다. 한겨레21에 연재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감춰진 현대사를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전달해서 지적 만족과 함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출처 : yes24.com][/footnote]한홍구 저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초판), 2008년 1월(17쇄) / 11,000원


역사라 하면 보통 과거의 “사실”, “Fact”라고만 생각하는데 그 보다 “기록”이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그래서 흔히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을 많이 인용합니다.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기록이 되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의 근현대사는 역사를 두려워하는 그 시대의 권력자들과 그 후손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집단들에 의해 왜곡되어 왔습니다.
한쪽에서는 김구선생을 대한민국의 위대한 민족주의자, 독립을 위해 헌신한 큰 위인이라며 평가하는 반면 최근 일부에서는 김구선생을 테러리스트라 평가하며 역사교과서에까지 그 주장을 기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머리말에서 본 책의 저자는 일어난 일은 분명 하나이지만 문제는 “관점과 기준”이라 이야기 합니다. 합리적인 의문을 품는 자세, 세상일을 판단하는 자신의 관점을 확고히 하는 입장,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도 엄격함을 유지하려는 자세, 더 나아가 “자기 눈으로 세상과 역사를 보고, 또 자신의 판단까지도 의심해 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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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


한번도 우리의 손으로 승리한적 없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야기 합니다. 조선 후기 제국주의의 침략과 이후 일제 강점, 일제 패망, 우리 손으로 맞이한 해방이 아닌 준비 없이 갑자기 찾아온 해방, 이후 갈라선 민족, 분단, 전쟁, 학생운동, 쿠데타, 군사독재시대, 민주화 투쟁…


이 과정에 국민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당연하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으며, 청산되어야 할 친일과 군사독재는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친일 행위자 뿐 아니라 각계 각층에 살아남은 자들 즉, 1971년 사법파동에서 살아 남은 법조계인, 1961년 교원노조가 탄압 받을 때 살아 남은 선생, 1975년, 1980년 언론 대학살의 생존자들 중 일부가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민의 손으로 단 한번도 전시대의 나쁜 잔재를 청산한 적이 없다라고 이 책에선 말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까지의 역대 정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강조하지만, 결여된 정통성을 가진 정권을 임시정부의 업적과 권위로 메워보려 한 것이라고 하는데 현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건국 60주년 주장을 보면 이젠 헌법에 표현된 임시정부의 법통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보아 정통성 하나는 확실히 확보한 것일까요?


태극기의 탄생에 대한 비화, 단군이야기, 영웅 김두한의 실체 등의 새로운 사실들이 기술되어 있으며, 이중 단군 할아버지로 대표되는 단일민족의식은 민족의 단결을 고취하고 신분의식 타파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며, 단일민족임에도 대접받지 못하는 조선족과 단일민족의식으로 인해 차별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들로 비춰 본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우리가 받았던 박해와 차별, 멸시들을 잊은 채 이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선회한 우리 내면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해 볼 기회였습니다.


2.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 온 국토가 무덤일 수 있다는, 어디서 죽었는지 어떻게,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역사 속 숱한 민간인 집단 학살과, 해방 후 민족 대 반민족의 구도에서 좌우 이념대립의 구도로 재편되면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은폐하며 살아남은 친일파, 고문 치사의 역사 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미 청산된 과거의 만물상”입니다. 친일 잔재가 군부독재권력에 의해 사회에서 재생산되고 다시 수구집단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청산하지 못한 과거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은 역사 속에 그냥 흘려버릴 말이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시민들이 치료받아야 할 트라우마이자, 역사 속에 살면서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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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또 다른 생존방식, ‘편가르기’


이념으로 가르는 보수, 진보, 이데올로기로 가르는 좌우대립, 분단의 고착화, 지역으로 가르는 영호남 지역감정…
이런 분열과 대립 속에 모함과 숙청, 처형,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연좌제의 고통, 빨갱이 등 색깔논란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집단은 있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에 진정한 좌파집단은 있는 것일까요?


혹시 친일파와 빨갱이들만 살고 있는 나라 아닌가요?
 


4.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


남의 나라 장수(맥아더)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지러 간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군대(미군기지)를 지키는 나라, 로마에 가도 내 법대로 행세하는 미군이 있는 나라.
이런 가운데 반미를 이야기하면, 통일을 이야기하면 여지없이 빨갱이가 되고 감옥으로 가야 했던 반미의 무풍지대.


은혜를 원수로 갚지 않는다는 민족성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여학생들이 탱크에 깔려도 미군기지에서 오수와 기름이 하천과 국토를 오염시켜도 국민들을 이유 없이 폭행해도 그들의 립 서비스에 만족하고 오만한 태도에 대꾸 한번 해보지 못하는 그런 나라가 자주 국가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5. 병영국가 대한민국


민간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 군부 독재시대의 잔재 또한 사라지지 않은 상태 속에 남아 있는 군사문화와 국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징병제, 병역기피에 대한 역사와 그 천태만상에 대해 기술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학교 6학년 때 꼭 한 줄로 서서 등교해야 하고 교문을 통과한 직후에 부동자세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후 학교에 입장하는 것이 독일 나치시대에 유태인들이 학살당하기 전 가스실로 일렬로 들어가면서 히틀러에게 경례하는 것에 비유하며 반항하다가 국민학교 담임선생님께 급우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죽도록 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기억은 딸아이가 내일 모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가 된 지금 순간에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으며 아직도 몹쓸 분노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군인들처럼 국민들도 국가의 명령대로만 움직여야 했던 암울한 시대속에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그나마 자유를 누리며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민주사회의 표징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는 국가나 정부가 국민들을 훈육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단락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문구입니다.




“아~ 먹고 살기 바쁜데 무신 역사 타령이야!~”
”친일파 청산…이제 지겹다 지겨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다 잘 하다 보니 그런 거 아니겠어. 그냥 넘어 가자고…”


대한민국 역사가 왜곡되던지, 외면하고 방치하고 무관심해도,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해도, 시민들이 지금 당장 밥 먹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역사가 다시 살아서 돌아올 땐 이제 개인의 밥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지금 서서히 그 역사가 살아 꿈틀거리려 하는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조차도 제대로 역사로 기술되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의 가슴속에만 간직한 채 흘러간 시간들을 다시금 바로잡기 위한 작업들은 너무나도 힘든 과정입니다. 진실만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시대가 도래하기는 힘들겠지만 지금도 역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통해, 상반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좀더 진실에 다가서려는 자세와 역사의 여러 이면을 살펴보고 후손들에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은 나라의 장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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