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인터뷰를 시청하는 오디언스라면?

 

하이패스 차단기 앞에서 갑자기 멈춰선 차량을 뒤따라 가던 차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면서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최근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
그렇다고 과속을 줄이려고 설치한 하이패스 차단기를 아예 없앨 수도 없다는 게 도로공사의 입장입니다.
차단기가 없으면 과속이 더 늘어 톨게이트 주변 구조물과 충돌할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차단기를 설치한 뒤 통과속도가 평균 10km 정도 감소했고, 교통사고 발생 역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정영윤,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팀장]
“차단기 설치 전에는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과속차량도 있었는데 현재는 그런 차들은 없습니다. 안정성도 많이 향상됐고 사고도 대폭 줄었습니다.”

YTN, 2009-05-10 05:52, 「하이패스 차단기, ‘아차’ 하면 대형사고」 뉴스 중 일부

↑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단기에 대한 과거와 현재, 한국도로공사의 상반된 입장 ↓ 

[김용일/한국도로공사 도로영업처 차장 : 수도권 개방식 구간에 차단기를 설치하겠습니다. 그래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미부착한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도로공사는 얌체 운행이 잦은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에 오는 5월까지 차단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BS 8뉴스, 2008-04-13 21:11, 「단말기 없어도 줄행랑…하이패스는 ‘얌체패스’?」 뉴스 중 일부

도로공사 관계자는 “하이패스 차로의 통행료 미납 차량을 막기 위해 통행료가 상대적으로 많은 폐쇄식 영업소 하이패스 차로에는 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6-05-11 09:23,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선에 차단기 설치된다」 기사 중 일부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미납차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하이패스 구간에 차단기를 설치키로 하고 관련 예산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내일신문, 2005-09-26 15:09,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단기 설치 논란」 기사 중 일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최근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단기 앞에서 갑자기 멈춰선 차량 때문에 뒤따르던 차와 추돌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추돌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하이패스 도입 이후 하이패스 차단기 설치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계속 되어왔고 사고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한국도로공사측의 답변은 과거와 달랐습니다. 과거에는 분명히 하이패스 차단기 설치의 목적을 “통행료 미납 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에는 “과속을 줄이려고 설치했다.”라 밝히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하이패스 단말기의 기계적 문제나 차로를 잘못 진입한 경우가 생기면 차단기 부근에서 앞차가 갑자기 멈출 수 있습니다. 이때 차량이 요금소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차단기로 인해 자칫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명 사고에는 최소한…
기업들에게 사고는 언제, 어느 때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최소한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인명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은 먼저 오디언스편에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에 대한 해결책도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이패스 구간의 과속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생겼는데 그에 대한 한국도로공사 안전팀장님의 반응이 너무 자화자찬격이며 자사 중심적이고 편향적입니다.(※ 만약 편집상 잘렸다거나 기자의 질문이 모호했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더 오디언스 입장의 키 메시지가 더더욱 절실하게 보입니다.)

애초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하는 얌체 운전자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차단기를 사고가 발생하자 과속 방지용이라 설명하며 과속하는 운전자들을 향해, 즉 한국도로공사의 소비자들을 향해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는 바른 태도가 아닌 듯 합니다.

insight 정리
1. 위기 발생 후 인터뷰 시 항상 오디언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는 자신의 입장만을 해명하는 자리가 아닌 인간적으로 오디언스의 입장을 이해하는 메시지와 함께 현실적인 해결 방안(과속 방지 카메라 설치 등)을 제시하면서 오디언스와 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책임회피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해당 문제는 고속도로를 한번 다녀본 운전자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어느 누가 동일한 피해자로 희생될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해야 하는 것입니다.

2.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나 사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TV인터뷰는 짧은 시간이므로 그 이야기 대신에 좀더 긍정적인 해결책 등을 제시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인터뷰에선 “차단기 설치 전에는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과속차량도 있었는데 현재는 그런 차들은 없습니다.”라는 문구는 사실 해당 기업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메시지 입니다.

3. 웹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기사와 인터뷰들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세상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기업의 입장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입장이 변경되었다면 변경된 사유가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셜미디어 상에서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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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내가 저 인터뷰를 시청하는 오디언스라면?

  1. 한명이라도 사고로 인해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면 설사 돈을 안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안전을 생각해 다른 해결책을 찾는 그런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질이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오랜만에 왔습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요. 블로그가 확 달라졌네요 ^^

    • 넵! 쉐아르님 말씀대로 아직 사람의 안전이 뒷전인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라는 구호만 난무하는 세상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의 시스템이 변경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항상 쉐아르님의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2. 사람 이라는 동물이 참 똑똑한것 같으면서도 바보같다는 생각을 할때가 참 많은데요, 인터뷰시에 불과 한 0.5초만 생각해보면 무슨 말을 해야할가라는게 답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냥 입에서 나오는 그대로 뱉으니 문제가 되지요…더군다나 작금과 같이 모든게 기록되고 그 기록물들이 온라인상의 personal/social media상에 영원히 남는걸 감안한다면 말 한마디에 제 3자의 입장에서 냉철히 생각하고 감성적으로 뱉어 내야 하지요…왜 그렇게 쉬운걸 못하고 절절 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특히, 쥐박이 이놈을 보면 답이 없지요…>_<...쥐박이는 지금 또 청기와집에서 뭔 삽질을 하고 있을라나요?...에혀~...

    • 그런데 사실 습관이란 것이 무서워서요. 막상 부딪쳐 보면 생각대로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커뮤니케이션도 practice! practice!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좀더 인간적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연습을 강조하지만 근본 성품이 받쳐 줘야 함은 인생에 진리인 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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