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쇼핑센터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일(3일)을 전후해 붉은 속옷을 사려는 인파(人波)로 북새통을 이뤘다. 개점일 하루 동안 6층 란제리 코너는 7억원의 속옷 매출을 올렸다. 예비 개점일인 1~2일 이틀 동안에도 1억5000만원의 붉은 속옷이 팔렸다.
붉은 속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영남지방 특유의 속설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백화점과 속옷 가게가 개업하는 날 붉은 속옷을 사면 재운(財運)과 행운(幸運)이 동시에 깃든다'는 믿음이 있다.
조선일보, 2009년 3월 7일 토요일자, B07면 특별기획
『[Why][Why pedia!] 빨간 속옷, 왜 난리야?』 기사 중 일부
“니 백화점이나 속옷 가게가 개업하는 날 붉은 속옷을 사면 행운과 돈을 가져다 준다는 말 들어 봤나?”
”아이, 그게 뭔 소리고?, 첫 월급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 사드린다는 그 이야기 말고?”
”응, 부산에서 내려오는 속설이라네?”
”흥!~ 뭐라카노?”
아침 신문을 보다 아내와 나눈 대화 입니다.
아내와 저는 부산에 태어나 부산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온 부산 토박입니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화점 오픈 하는 날 빨간 속옷을 사면 재물과 행운이 찾아 온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 다른 신문을 좀 뒤져봅니다.
“개업 가게에서 붉은 속옷을 사면 행운이 온다.”, “개업 점포에서 빨간 속옷을 사서 집에 두면 행운이 찾아 온다.” 라는 이야기부터 “백화점 개장 첫날 빨간 속옷을 사 입으면 행운이 따른다.” 처럼 좀더 구체적으로 백화점을 지칭하는가 하면 이젠 아예 노골적으로 “신축한 대형 점포의 개점 첫 날 붉은색 속옷을 사서 장롱 속에 넣어두기만 해도 행운이 온다” 라는 속설이 있다는 말까지, 각 언론사에 인용한 속설도 제각각 입니다.
여기에다 조선 일보는 좀더 심층적인 분석 기사 한 꼭지를 게재하기에 이릅니다.
빨간 속옷 인기의 비결은 부산 지역 관습 덕분이다.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만선이 된 고깃배가 포구에 들어올 땐 어김없이 빨간 깃발을 꽂고 돌아왔다. 이에 따라 붉은색은 영남 지역에서는 '재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신세계백화점 장혜진 란제리 바이어는 "이런 관습 때문에 빨간색 속옷을 입고 다니면 재운이 들어온다고 믿는 미신이 생겼다"며 "특히 개업 점포에서 속옷을 사서 옷장 안에만 넣어두어도 가족에게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속옷 매출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입력 : 2009.03.05 03:20조선일보, [모닝커피] 부산 신세계 '빨간 속옷의 비밀' 기사 중 일부
만선이 된 고깃배 → 포구에 들어올 때 빨간 깃발 → 붉은색은 재운의 상징 → 빨간색 속옷을 입으면 재운 → 심지어 옷장에 넣어두어도 행운……
접근 방식과 논리가 어제 이진영 선수의 만루포처럼 아주 화끈하지만 뭔지 모르게 엄습해오는 이 찝찝함은…
롯데백화점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센텀시티점을 연 첫날인 7일 ‘빨간 속옷’이 불티나게 팔려 직원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 이날 센텀시티점에서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가 다른 점포 매출의 10배에 이르는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특히 판매된 상품의 70%가 빨간 팬티였다고. 롯데백화점 직원들은 “영남 지방에서는 처음 문을 여는 속옷 가게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1년 동안 배우자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간간이 전해진다”며 “영업을 시작한 날에 빨간 속옷이 많이 팔려 길조일 것”이라고 해석. 하지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센텀시티에 2009년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고 현대백화점도 쇼핑몰을 지을 예정인 상황에서 경쟁 부담이 큰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사소한 현상에도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일축.
입력 : 2007.12.21 (금) 오전 3:12동아일보, [지금 경제계에선]전경련 ‘찬밥 신세’ 벗어날까 기사 중 일부
자료를 찾다 보니 2007년에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대대적으로 오픈 했을 때도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 이때 인용한 속설은 또 다른 것으로 “처음 문을 여는 속옷 가게에서 빨간 속옷을 사면 1년 동안 배우자에게 행운이 따른다”라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너리하게도 이때 신세계 등 다른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 속설을 일축했다는 것이죠.
아!~ 이제 감을 좀 잡겠네요.
”지방에서 내려오는 속설은 해가 갈수록 진화한다” 라고 말이죠. ^^
……
본디 빨간색은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색 입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자기 띠의 해를 ‘번밍년’ 이라고 부르며 운이 좋지 않은 해로 생각하기 때문에 악귀를 물리쳐줄 빨간색을 몸에 지녀야 한다는 속설이 있어 빨간 양말, 빨간 팬티, 빨간 브래지어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멕시코 또한 새해 첫날에 빨간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빨간 속옷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네요.
사실 우리나라에선 첫 월급으로 부모님의 속옷(빨간 내복)을 사야 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빨간색은 재운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있어 실제 불황에 붉은 제품 마케팅을 종종 합니다.
이번 사례는 얼마 전 최민수씨 관련 포스팅에서 말씀 드렸던 사회적 증거의 법칙(social proof)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할 때에는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월터 리프만의 말처럼 『다수의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이 자신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불확실성과 유사성의 상황이 모두 충족되어 일정 수준이 넘어가는 순간 폭발적인 쏠림 현상을 일으키며 대다수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인 결정을 하게 됩니다. 입소문을 거쳐 대부분의 일간지에 기사화 되면서 이 속설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습니다.
다른 언론 기사를 보면 신세계 백화점이 6개월 전부터 약 20억원어치의 붉은색 속옷을 준비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신세계가 롯데백화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속설을 확산시켜 백화점 런칭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획을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흔히 알려져 있는 발렌타인데이 마케팅 등 여러 사례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근거가 불명확한 속설을 활용하거나 만들어내는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이 때문에 각 속옷 의류 브랜드들은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국 점포에서 붉은색 속옷 물량을 모두 부산으로 집결시키는 기 현상도 벌어집니다.
신세계 백화점에 따르면 3일 하루에만 팔려나간 붉은 속옷이 6억원으로, 센텀시티 전체 매출 44억원 중 14%나 된다고 합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백화점 입구 및 내부에 가득찬 인파의 사진으로 오픈빨(?)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고 빨간 속옷이 미끼 상품이 되어 유입된 고객들의 2차 구매로 인해 폭발적인 매출까지 거두어 들였던 성공적인 기획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지만…
아~ 우리 부산 아주매들…
이 불황에 자식들, 남편, 이웃들 잘 된다카면 물불 안 가리고 부산 갈매기 처럼 화끈한데…
자기 것만 사진 않았을 테고 얼마나 많이 사서 나눠주셨을까… 생각하면…
한편으로 씁쓸하네요.
관련 글 : MBC 다큐, 최민수 편으로 본 사회적 증거의 법칙













